유럽은 제3세계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을까? 유럽 열강의 식민지였던 제3세계의 문화정체성은 어떻게 구현됐을까? 역사적 관점에서 증명이 끝난 것 같은 이 질문들을 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데올로기 연구에 천착해온 호르헤 라라인은 이 질문들을 이데올로기 비판을 통해 고찰하고 있다. 라라인의 연구는 이 질문들의 외연을 넓혔고, 그 결실로 이 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라라인은 이 책에서 비합리주의,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이론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데올로기 비판을 특별히 강조하는 철학자와 그 지적 흐름을 다루고 있는데, 쇼펜하우어부터 니체, 파레토, 알튀세르, 포스트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하버마스에 이르기까지 계몽주의에 반대하는 비합리주의와 근대적 의미의 도구적 합리성이라는 이성 개념에 반대하는 이론들을 세세하게 살펴보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라라인은 대표적인 근현대 철학과 사회이론의 관점에서 이데올로기, 이성, 문화정체성 사이의 관계를 다루고, 이 개념들을 오늘날 모더니티와 포스트모더니티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으로 제안한다. 그는 이 개념들을 둘러싼 논쟁을 유럽적인 사고 맥락에서뿐만 아니라 제3세계, 특히 라틴 아메리카와 관련지어 분석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제3세계에 대한 유럽의 견해를 검토하고, 서구 이론들을 문화정체성이라는 시각에서 면밀히 검토해 이성과 인종주의 사이의 연관에 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자 하는 것이다.
라라인은 문화정체성과 개인적 정체성 사이의 관계에 맞물려 있는 식민주의, 민족정체성, 본질주의 같은 주제들을 세계화 과정과 결부시켜 다루는데, 서구 유럽이 이성의 이름으로 타자와 타자의 문화를 왜곡했고, 제3세계의 문화정체성에 관한 유럽의 견해가 지배적인 집단의 이해관계 속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숨기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이라고 비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