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제는 남송의 주희(1130-1200)가 편찬한 『주자가례』와 그에 토대를 두고 전개된 조선의 예학이다. 선조들의 전통적 삶의 양식 속에 담긴 유학적 가치관과 그 문화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가례와 한국예학은 저자 노인숙 교수의 37년 대학 강단 생활과 연구 일생에서의 일관된 화두였다.
유가사상에서 공자가 상고문화의 집대성자라면 주희는 근고문화의 집대성자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주희가 중국과 동아시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가례』는 인간의 품격 있는 삶의 도리가 부부로부터 출발하여 가정 속에서 완성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토대로, 주희의 이상이 반영된 가정의례준칙이다. 주희는 『가례』에서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추어 관혼상제에 있어 사인(士人)과 서인(庶人)의 차등을 없애는 통합적 의례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의미의 종법(宗法)으로 가족 내에 유교 공동체를 수립하고자 하였다. 유학을 특정계층의 학문에서 만인의 삶의 양식으로 만든 것이다.